영화나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좀비.
실제 문헌에 좀비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오늘은 실제 문헌에 기록된 되살아난 시체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좀비라는 개념은 현대 공포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지만, 사실 그 기원은 수백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유럽에서는 '되살아난 시체'에 대한 기록이 종종 등장하며, 당시 사람들은 죽은 자가 무덤에서 일어나 다시 살아난다고 믿었다. 이러한 전설들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당시 문헌과 법적 기록에도 등장한다. 이번 글에서는 중세 유럽에서 실제로 기록된 되살아난 시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본다.
드라우그르 – 바이킹들의 공포, 무덤에서 걸어나온 전사들
노르드 신화와 중세 스칸디나비아 전설에는 '드라우그르(Draugr)'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드라우그르는 일반적인 유령과 달리 실체를 가지고 있으며, 무덤에서 일어나 살아 있는 자들을 공격하거나 저주를 퍼부었다고 전해진다.
중세 아이슬란드 문헌인 《사가(Saga)》에서는 드라우그르가 밤이 되면 무덤을 나와 마을을 배회하며, 살아 있는 자들에게 질병을 퍼뜨리고 가축을 죽이는 존재로 묘사된다. 특히 《에길 사가(Egil's Saga)》에서는 전사들이 드라우그르의 머리를 잘라야만 그들의 저주를 끝낼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록들은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좀비와 같은 존재를 두려워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사자의 재판 – 무덤에서 꺼내진 시체들
중세 유럽에서는 특정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죽었을 경우에도 그들을 처벌하는 기괴한 관습이 존재했다. '사자의 재판'이라고 불리는 이 관습은 죽은 자를 무덤에서 꺼내 재판에 회부하고, 심지어 처형까지 진행하는 일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9세기 교황 스테파노 6세가 주도한 '카다베르 시노드(Cadaver Synod)'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전 교황 포르모소(교황 재임 891-896)의 시신이 무덤에서 끌려 나와 재판을 받았다. 그의 시체는 왕좌에 앉혀진 채 심문을 받았으며,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아 손가락이 잘리고 다시 묻힌 후 강물에 던져졌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단순한 정치적 의도뿐만 아니라, 중세 사람들이 죽은 자가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음을 보여준다.
불사의 기사단 – 되살아난 전사들의 전설
중세 기사단과 관련된 전설 중에는 죽음 이후에도 전투를 이어간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과 동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토텐라이터(Totenreiter, 죽음의 기사)' 전설이 있다. 이들은 죽은 후에도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적을 공격한다고 믿어졌다.
14세기 문헌에는 전쟁에서 사망한 기사들이 무덤에서 되살아나 다시 전장에 나타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독일의 크루트 전투(Kruth Battle)에서는 전사한 병사들이 밤마다 되살아나 서로 전투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를 본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이 전설들은 단순한 허구라기보다, 중세 유럽인들이 죽음을 극복하려는 강한 신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세 유럽에서 '좀비'와 유사한 존재들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문헌과 법적 기록에도 등장하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례들이다. 바이킹 전설 속 드라우그르, 죽은 자를 심판한 사자의 재판, 그리고 불사의 기사단 전설까지, 당시 사람들은 죽은 자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다양한 형태로 기록을 남겼다. 오늘날 공포 영화 속 좀비와 비교해보면, 중세 유럽의 전설은 더욱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사람들의 믿음과 공포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남아 있다.